만 4세 가족 역할극이 공감 능력에 미치는 영향

만 4세 아이들에게 ‘공감’이라는 감정은 아직은 다소 생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시기야말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우기에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족 역할극’은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공감 훈련 도구로 손꼽혀요. 이 글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며 역할극을 직접 활용해 본 육아 전문가 엄마의 시선으로, 역할극이 어떻게 아이의 공감 능력을 자라게 하고, 왜 중요한지를 부드럽게 풀어보려고 해요.

가족 놀이, 그냥 재미로만 보기엔 아까워요

처음 아이가 “엄마 역할 해볼래~” 하고 부엌에서 제 앞치마를 둘러맸을 때, 사실 속으로 웃었어요.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놀이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저를 따라 말하고, 아빠에게 “오늘은 피곤하지?” 하며 등을 토닥이는 걸 보고 놀랐어요. 분명 평소에 제가 하던 말이었거든요. 아이는 그냥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만 4세는 아직 자기 중심적 사고가 강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감정을 조금씩 눈치채고 배우기 시작하는 시점이에요. 이럴 때 역할극은 아이가 마음을 조금 더 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떤 기분일까’를 느껴보는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아빠 역할을 하면서 "오늘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하면,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의 감정을 ‘상상해본’ 거죠. 저희 둘째 아이는 특히 감정 표현이 서툰 편이었는데, 가족 역할극을 통해 감정 어휘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전에는 화가 나도 울기만 했는데, 이제는 “나 속상해”라는 말을 할 줄 알게 됐거든요. 그 변화가 엄마로서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지 몰라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놀이가 아이에게 ‘엄마가 나와 함께 해준다’는 안정감을 준다는 거예요. 역할극을 할 때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 교감은 생각보다 훨씬 깊어요. 저는 종종 아이에게 “오늘은 어떤 역할극 하고 싶어?” 하고 먼저 물어봐요. 그 순간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나요. 엄마가 내 생각에 관심이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그 안에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고, 엄마의 반응을 통해 또다시 감정을 배워요.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는 더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며 역할극이 단순한 놀이라는 생각을 더는 할 수 없었어요. 아이 마음이 자라는 시간, 그것이 바로 이 놀이의 진짜 의미니까요.

역할극 안에는 감정 이해의 작은 연습장이 있어요

역할극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돼요. 예를 들어 엄마 역할을 맡은 아이가 동생에게 밥을 먹이는 흉내를 낼 때, 평소 본인의 감정도 함께 투영되죠. “아~ 입 벌려야지~ 그래야 건강하지~” 같은 말은 제가 평소 아이에게 하던 말인데, 아이가 똑같이 말하는 걸 보고 정말 웃음이 났어요. 그런데 그 말 속에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사랑받는 기억’이 담겨 있었던 거예요.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역할극을 통해 ‘다른 사람도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워요. 이걸 우리는 ‘감정 이입’ 혹은 ‘공감 능력’이라고 하죠. 특히 만 4세는 이런 감정 이해 능력이 확장되는 초기 단계라, 무심코 지나치기엔 너무 중요한 시기예요. 제가 상담하는 부모님들 중에서도, 역할극을 꾸준히 해주는 집 아이들은 또래와 갈등 상황에서도 “그 친구는 속상했을 것 같아”라는 말을 곧잘 하더라고요. 어떤 날은 아이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제게 말을 걸어요. “엄마~ 오늘 하루 어땠어? 많이 힘들었어?” 그 순간 저는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아이가 저를 걱정하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는 거니까요. 그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오직 실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힌 감정의 언어인 거죠.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역할극을 하면서 아이 스스로 감정을 정의하기 시작한다는 거였어요. 예전에는 울기만 했던 상황에서, 역할극을 통해 “엄마가 아플 땐 속상해요”라는 식으로 자신만의 문장으로 감정을 표현하더라고요. 이런 과정은 정말 놀라웠어요. 표현이 늘면서 아이의 짜증이나 떼쓰기 같은 행동도 자연스럽게 줄었고, 대신 말로 설명하고 대화하려는 시도가 늘었어요. 상담하면서 만나는 다른 부모님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어요. 감정 표현이 풍부한 아이일수록 공감 능력도 높고, 친구들과의 갈등도 원만하게 해결하더라는 거죠. 결국, 역할극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감정 문해력’을 키워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감정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겪고 표현하면서 조금씩 넓어지거든요.

놀이를 통해 관계가 자라고, 공감은 습관이 돼요

공감은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돼야 진짜 힘을 발휘해요. 역할극이 좋은 이유는, 아이가 감정을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아빠가 피곤해하니까 조용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공감이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예요. 만 4세 아이들은 사회성과 감정 조절이 아직 불안정한 시기라서,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더 안정적인 아이로 자라날 수 있어요. 저희 아이도 처음엔 자꾸 자기만 말하려고 했는데, 역할극을 자주 하면서 “엄마 얘기 먼저 들어볼래”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그건 그저 배운 게 아니라, ‘느껴본’ 경험에서 나오는 태도였어요. 그리고 이 과정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어요. 작은 인형 하나, 베개를 모아 만든 부엌, 장난감 핸드폰 하나면 충분해요. 아이들은 우리가 만들어주는 세계 안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놀이해요. 그리고 그 속에서 공감, 배려, 이해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언어들을 스스로 익혀가죠. 엄마가 ‘오늘은 너가 엄마야’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더 넓혀요. 또 한 가지, 역할극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점점 더 디테일한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해요. 처음엔 밥 먹이는 흉내만 내던 아이가, 나중에는 “밥 먹기 전에 손 씻자”라고 먼저 말해요. 이는 아이가 단순히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엄마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이해했다는 뜻이에요. 이런 식으로 역할극은 공감의 기초가 되는 ‘관찰력’과 ‘이해력’을 키워주는 데에도 정말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아빠가 길을 잃었대요, 우리가 도와줘야 해요!” 하고 말이죠. 스토리를 만들고, 역할을 배분하고, 감정을 연결하는 과정은 공감뿐 아니라 문제 해결력까지 자극해요. 부모 입장에서는 그저 놀이 같지만, 사실 아이는 그 안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습하고 있어요. 그렇게 공감은 점점 아이의 습관이 돼요. 또 중요한 건, 이 역할극 속에서 부모도 함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이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엄마, 회사 갔다 왔어? 피곤했지?” 하고 물어보면, 저는 일부러 “응, 오늘 조금 힘들었어. 근데 너가 이렇게 반겨주니까 힘이 나네”라고 대답해요.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아이는 ‘내 말 한 마디가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돼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기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돼요. 공감이란 결국 나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줄지를 생각해보는 마음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역할극이 계속되면, 아이가 부모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돼요. “엄마가 왜 피곤하다고 했는지”, “아빠가 왜 늦게 왔는지” 아이는 점점 그런 일상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감정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함께 커지게 돼요. 결국 역할극은 우리 아이가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연습장이 되어주는 셈이에요. 하루 10분, 딱 그 정도만 투자해도 아이의 내면은 그보다 훨씬 크게 자라날 수 있어요.

결론 : 역할극,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따뜻한 습관

아이의 공감 능력은 단기간에 자라는 것이 아니에요. 매일 반복되는 작은 역할극 속에서,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고, 나누는 법을 배워요. 엄마 아빠와의 따뜻한 놀이가 결국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키우는 거죠. 지금 이 순간,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함께 역할극을 해보세요. 공감력은 그렇게 일상 속에서 자라납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만 1세 아이의 첫 감정 표현 탐구 (감정 발달, 육아 관찰, 엄마 경험)

만 5세 미래 직업놀이가 꿈 형성에 미치는 영향

초보 부모의 안아주는 방식이 아기 정서에 미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