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캐릭터 따라 하기의 효과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 하곤 합니다. 얼핏 보면 단순한 흉내처럼 느껴지지만, 그 속엔 아이의 정서, 상상력, 사회성이 함께 자라고 있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육아전문가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담아, 애니메이션 캐릭터 따라 하기의 진짜 효과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상상력의 날개가 되는 흉내 내기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따라 하며 “나는 마리오야!” “엘사처럼 얼음을 만들 수 있어!”라고 외칠 때,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죠. 하지만 그건 어마어마한 상상력의 시작이에요. 제 첫째 아이가 4살 무렵이었어요. 그때 '뽀로로'의 구조대 에피소드를 무척 좋아했는데, 어느 날은 곰인형을 환자 삼아 치료하고, 또 다른 날은 의사 흉내를 내며 진찰도 하더라고요. 그 작은 흉내 내기에서 아이는 상상의 세계를 스스로 창조하고 있었던 거예요. 상상력은 단지 공상을 의미하지 않아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이 함께 자랍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아이가 접근하기 쉬운 ‘롤모델’이 되어줘요. 그들을 통해 아이는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고,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죠. 제 둘째는 3살인데, 요즘 '핑크퐁'을 따라 하며 악어를 무찌르는 모험을 매일 펼치고 있어요. 물건들을 도구로 활용하고, 이야기를 꾸며내며 놀다 보면 그 안에서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부모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 흉내 내기 속에, 아이의 두뇌는 마치 엔진이 돌아가듯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놀라운 건, 이런 상상력 훈련이 단지 창의성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언어 표현력, 문제 해결력, 나아가 자기 주도 학습 태도까지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아이가 캐릭터의 대사를 기억하고, 상황을 재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기억력과 표현 능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거죠. 저희 아이는 자신만의 캐릭터 이야기를 만들며 "그 다음엔 어떻게 됐을까?"를 혼자 고민하곤 해요. 이런 흐름은 단순 놀이가 아니라, 논리적 사고의 토대가 되기도 하죠. 아이가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을 구성하고 그에 맞춰 상황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며, 어른인 저도 감탄할 때가 많답니다. 결국 캐릭터 따라 하기는 하나의 ‘이야기 만들기 훈련’이자, 유아기 상상력 교육의 핵심 도구라고 볼 수 있어요.
감정 표현을 배우는 작은 연습
아이들은 언어보다 먼저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 하다 보면 아이는 그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돼요. 저는 종종 아이와 함께 '꼬마버스 타요'를 보며 표정을 따라 해보는 놀이를 해요. “화난 타요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물으면,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만의 화난 표정을 보여줘요. 그러다 “기쁜 타요는?” 하면 활짝 웃으며 손뼉까지 치죠. 그 작은 동작 안에는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아이의 노력이 담겨 있어요. 둘째가 2살이었을 때, 혼자서 기분이 상하면 바닥에 드러눕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화난’ 감정을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연기하기 시작했어요. “나 지금, 화났어! 호잇~” 하면서 캐릭터 특유의 말투를 따라 하는 거예요. 처음엔 웃기기도 했지만, 곧 그게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화, 기쁨, 슬픔, 질투 같은 다양한 감정을 접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표현이 반복되면, 점차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도 키우게 되죠. 부모로서 중요한 건, 이 과정을 지켜봐 주고 ‘그 감정이 어떤 건지’ 말로 풀어주는 거예요. “지금 슬퍼 보이네. 타요도 그랬지?” 하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되고, 마음속 이야기를 말로 풀어내는 힘을 키워가게 됩니다. 아이가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표현할 수 있게 되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훨씬 쉬워져요. 예전에는 “왜 울어?”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던 아이가, “슬퍼서 그래. 엘사도 그랬잖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캐릭터의 감정을 빌려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거예요. 이는 감정 조절력 향상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특히 분노나 좌절 같은 강한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캐릭터를 통해 비교적 안전하게 해볼 수 있죠.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을 발견했을 때 꼭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 너도 그런 기분이 들었구나”라고 공감해주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요. 감정 표현을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힘, 그건 이처럼 작고 반복적인 놀이 속에서 조금씩 길러지는 거랍니다.
사회성 발달의 첫 걸음, 역할놀이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 하면서 가장 자주 하는 건 ‘역할놀이’예요. 혼자일 때도 하지만, 둘 이상일 때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죠. 제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놀이 중 하나가 ‘슈퍼잭 팀 만들기’예요. 첫째는 리더, 둘째는 작전 담당이라며 역할을 나누고, 미션을 수행하듯 뛰어놀아요. 물론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바로 그 ‘충돌’이 사회성 발달의 핵심이에요. 사회성이란 단순히 친구를 잘 사귄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자기 역할을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협력하는 능력이죠. 캐릭터를 따라 하며 하는 역할놀이는 그 시작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안나와 엘사 놀이’를 하면서, 누가 얼음을 만들고 누가 성을 지킬지 상의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과 협상, 갈등 해결 방법을 익히게 되죠. 둘째는 아직 언어가 미숙할 때도 누나에게 “나 이거 할래!”라고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곤 했어요. 캐릭터 역할이 정해지지 않으면 울기도 했지만, 점차 “그럼 내가 다음에 할게” 하는 식으로 양보를 배우더라고요. 이런 반복적인 역할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노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나갑니다. 또한, 캐릭터의 선한 행동, 팀워크, 책임감 등을 모방하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도 습득하죠.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따라 하기는 아이들에게 ‘실습 중심의 인성교육’이 되는 셈이에요. 더 나아가 이 역할놀이는 단순히 또래 관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가 부모나 형제와 함께 캐릭터 역할을 나눠 할 때도, 서로 간 이해와 조율 능력이 자라납니다. 특히 둘째는 아직 어리다 보니 규칙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장면에서는 엘사가 말하잖아” 같은 말로 누나가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배려와 리더십, 순서를 기다리는 인내심 같은 덕목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되는 거죠. 캐릭터가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해요. “친구랑 싸워도 나중에 다시 미안해해야지”라는 말을 아이 입에서 들었을 때 정말 뭉클했어요. 단순한 역할극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필요한 사회 기술이 놀이라는 옷을 입고 몸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죠.
따라 놀며 자라는 아이, 함께 놀며 자라는 부모
애니메이션 캐릭터 따라 하기는 그저 장난이 아니에요. 그 안에는 아이의 상상력, 정서 표현력, 사회성이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요소들이 다 들어 있답니다. 저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캐릭터를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며, 때론 웃고, 때론 걱정하고, 때론 놀라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아이의 성장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이 작은 따라 하기가 결국 아이의 내면을 키우는 첫걸음이었음을, 아이가 성장할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오늘도 아이의 ‘놀이’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부모의 관심은 아이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줄 거예요.